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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 극복 현대, 시평 1위 '최다'

‘대한민국 경제사는 IMF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1997년 외환위기는 우리 경제를 송두리채 뒤흔들어놨다.

차입을 통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공공발주 의존도가 높은 건설산업의 특성상 외환 부족으로 인한 국가 부도 사태는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위기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1997년에 이어 2008년에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휘몰아쳤다. 10여년 주기로 반복된 두 번의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셀 수 없이 많은 건설사들이 쓰러지거나 쇄락했다.

위기는 다른 누군가에겐 기회였다. 주택시장의 호황 주기에 맞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일부 건설사들은 기존 업체들을 밀어내고 상위권으로 도약하며 세대교체를 이뤘다. 30위권 주택 주력사들의 이름도 20년 새 한보, 벽산, 우방, 풍림에서 부영, 호반, 반도로 바뀌었다.

외환위기는 사업재편과 통합을 재촉했다. 특히 대기업 계열 엔지니어링사들은 통합 1순위였다. 대림엔지니어링은 1998년 대림산업(플랜트사업본부)에 흡수합병됐고 이듬해엔 LG엔지니어링이 LG건설(현 GS건설)에 편입됐다. 2000년에는 코오롱엔지니어링이 코오롱건설과 합병했다. 대우그룹의 대우엔지니어링은 포스코그룹에 인수되면서 포스코엔지니어링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올해 초 다시 포스코건설과 합병됐다. LG그룹은 2010년에 LG도요엔지니어링을 설립했지만 2015년 서브원에 합병시켰다. 대기업 계열 중에는 현재 삼성엔지니어링과 현대엔지니어링 두 곳만 남았다.

위기 속에선 상대적으로 그룹 계열 건설사들의 생존율이 높았다.

건설 전업사에 비해 자금력이 탄탄하고 그룹 물량이 뒷받침해줘서다. 역동적인 국내외 환경과 기업 급성장에 따른 자체 수요 충족을 위해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GS건설, 롯데건설, SK건설, 한화건설 등 대형 그룹 소속 건설사들은 흡수합병과 사업확장 등을 통해 30위권 건설사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20년 전 50위권에 이름이 없었던 한화건설은 2002년 이후 빠르게 성장하며 11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일본계 건설사가 국내시장에 진출한 것도 외환위기 직후다. 타이세이건설은 2000년 12월 국내시장에 진입해 막대한 자본금을 배경으로 10위권내외에 머물다 2009년 9월 폐업 신고 후 철수했다. 1998년 시평순위 32위까지 올랐던 후지타는 지금도 국내 건설면허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시평액 1위는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대우건설이 나눠 가졌다.

현대건설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수주 감소와 금리 급등에 따른 차입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5년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거쳐야했다. 채권단 관리와 2011년 현대차그룹 편입 등 숱한 변화 속에서도 무려 11차례 시평액 1위를 지킬만큼 탄탄한 수주기반을 유지해왔다.

삼성물산은 1989년 5위권에 진입한 뒤 외환위기 직후에도 큰 어려움 없이 비교적 순항했다. 2004년과 2005년, 2014∼2017년까지 모두 6번 시평액 1위에 올랐다.

대우건설은 무리한 사세확장으로 그룹이 해체된 후에도 5위권 안팎을 꾸준히 유지하며 ‘대우’란 이름을 지켜왔다.

대림산업은 ‘꾸준함의 대명사’이다. 1939년 10월 설립된 부림상회가 모태이며, 1947년 대림산업으로 상호를 변경했고 한결같이 5위권을 유지했다.

종합건설사 순위는 1997년 도급한도액제가 폐지되고 1998년부터 시공능력공시제도로 바뀌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외환위기는 대우건설, 동아건설산업 등 굴지의 대형건설사들이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혼란이 극심했던 시기”라며 “위기 속에서도 건설기업들은 꾸준한 국내 인프라 건설과 활발한 해외진출을 통해 국민경제를 지탱해왔다”고 말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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