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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는 한우물만?…新성장 투자막는 '실질자본금의 덫'

<긴급진단> 건설업 실태조사, 무엇이 문제인가..

수천억원 프로젝트 수주하는

대형사가 수억원의 자본금

기준을 못맞추는 까닭은?

실질자본금 '뺄셈 계산법' 탓

건설 外 겸업, 투자, 유·무형…

자산에서 빼는 항목도 많고

부채로 넣는 항목은 더 많아

현실 반영 못한 기형적 기준에

정작 솎아내야 할 부실업체는

형식적 자본금 갖춰 버젓이 영업,,

건설업 실태조사는 좋은 취지의 제도가 잘못 운용될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세계 50대 건설사조차 한 순간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는 막강한 권한에 비해 실제 운용은 산업 현실과 한참 동떨어져 있다.

건설업을 하려면 법이 정한 자본금 이상의 납입자본금과 실질자본금을 상시 보유해야 한다. 둘 중 하나라도 종합건설업체 등록기준인 5억∼12억원에 미달하면 부적격이다. 이 경우 영업정지는 기본이고 개선이 안되면 등록말소까지 가능하다. 최소 자본금 기준을 둬서 건설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고 무분별한 시장 진입을 차단하려는 이유다.

이번에 실태조사를 받은 대형사들은 이 가운데 실질자본금이 기준치를 밑돈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번에 수백억∼수천억원을 수주하는 건설사들이 수억원의 자본금조차 못맞추는 이유는 뭘까. 비밀은 ‘실질자본금’에 있다.

실질자본금은 건설산업기본법상 건설업관리규정과 건설업체 기업진단지침, 건설업자 실태조사규정을 근거로 두고 있다. 실질자본이란 개념도 건설사들의 자본 건전성을 살펴보기 위해 따로 만든 용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한민국, 그것도 건설업에만 있는 독특하고 이상한 개념”이라고 꼬집었다.

실질자본금은 실질자산에서 실질부채를 뺀 금액이다. 문제는 자산에선 빼는 항목이 많고 부채는 넣는 항목이 많다는 점이다. 국제회계기준(K-IFRS)으로 작성한 재무제표상 자산과 부채는 참고사항일 뿐이다.

기업진단지침에선 자산과 관련한 규정은 대부분 원칙적으로 부실자산(또는 겸업자산)으로 처리한다. 각종 뺄셈을 통해 실질자본을 줄여가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뺄셈이 겸업자산이다. 임대자산과 비상장주식, 회원권, 제3자에 대한 대여금은 건설업 외의 사업활동(겸업사업)으로 간주한다.

이종헌 태성회계법인 공인회계사는 “유가증권과 대여금, 선급금 등은 원칙적으로 부실자산으로 보고 예외적으로 한해 실질자산으로 인정한다”며 “특히 현금(전도금 포함)은 총액의 1%를 빼고 모두 부실자산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과거 부실업체로 판명된 건설사의 사례를 통해 부실자산 항목과 비율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유가증권과 가지급금, 선급금, 보증금은 70%까지, 현금과 예금, 재고자산, 투자자산, 유형자산, 무형자산은 40%까지 무조건 부실자산으로 간주해 실질자산 항목에서 뺀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실업체 조사를 통해 축적된 노하우를 실태조사 대상업체 선정 때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뺄셈 계산법’은 수주를 속성으로 하는 건설산업의 특성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최민수 건산연 선임연구위원은 “대형사는 수조원짜리 해외 프로젝트에서 일부 손실이 나면 일순간 실질자본금이 기준치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며 “활발하게 활동 중인 기업이 프로젝트에 따라 손실이 날 때마다 단속하듯이 실태조사를 벌이는 것은 제도 도입 취지와 어긋난다”고 말했다.

실제 해외사업 비중이 90%에 달하는 B사는 이번 실태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대형건설업체인 C사 관계자는 “건설사의 실질자본금을 계산하는 방식을 보면 하나 하나는 타당해보이지만 전체를 합쳐 놓으면 기이한 결과를 초래한다”며 “상위 50대 건설사 중 14곳이 자본금 미달로 실태조사를 받게 된 것도 이런 메커니즘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작 솎아내야 할 페이퍼컴퍼니는 실태조사를 비껴간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실제 현장이 없는 페이퍼컴퍼니는 서류만 보면 실질자본금을 가장 완벽하게 구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질자본금은 단순히 실태조사에만 머물지 않고 건설기업의 경영방식까지 영향을 미친다. 건설사들을 ‘건설업’만 파는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긴 안목을 갖고 기업을 키우려면 투자 자산, 유ㆍ무형 자산을 늘려야 하는데 이게 다 부실자산으로 빠지니 투자를 할 수 없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지 않는 옷을 이젠 갈아 입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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