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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부당한 보전처분과 손해배상책임 ①

법무법인 지평의 ‘법률이야기’

부당하게 금전채권 가압류가 집행된 탓에 그 금전채권을 제때에 변제받지 못한 경우, 나중이라도 가압류채권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공장 기계에 대한 가처분으로 결국 공장 가동이 불가능해진 경우, 이후 가처분채권자의 주장의 부당함이 드러났다면 그가 일정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요? 이렇듯 부당한 보전처분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경우, 해당 보전처분의 채권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가 문제됩니다.

대법원은 “가압류나 가처분 등 보전처분은 그 집행 후에 집행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패소 확정되었다면 그 보전처분의 집행으로 인하여 채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는 특별한 반증이 없는 한 집행채권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추정되고, 따라서 그 부당한 집행으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이를 배상하여야 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0다46184 판결 등). 보전처분은 법원의 재판에 의해 집행되는 것이기는 하나 그 실체상 청구권이 있는지 여부는 본안소송에 맡기고 단지 소명에 의해 채권자의 책임하에 하는 것이므로, 집행 후의 본안소송에서 패소 확정판결을 받은 채권자가 원칙적으로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또, 가압류신청에서 채권액보다 지나치게 과다한 가액을 주장해 그 가액대로 가압류 결정이 된 경우 본안판결에서 피보전권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부분의 범위 내에서 가압류채권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추정됩니다(대법원 1999. 9. 3. 선고 98다3757 판결 등).

다만, 법원이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한 경우(대법원 2001. 9. 25. 선고 2001다39947 판결), 법원이 소각하 판결을 한 경우(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5다34919 판결)에는 보전처분 채권자에게 고의·과실이 추정되는 효과가 발생하지 않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법원이 채권자가 주장하는 청구채권의 존부 및 범위를 심리하지 않았으므로, 보전처분이 신청 및 집행 당시부터 위법했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보전처분 집행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패소한 경우 언제나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것은 아닙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 보전처분 집행채권자의 고의·과실의 추정이 번복될 수 있을지 관련 선례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채권자가 보전처분 신청 당시 그 주장하는 채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인정되는 경우” 고의·과실의 추정이 번복되어 부당한 가압류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책임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1다13241 판결 등). 이러한 법리에 따라 고의·과실 추정을 번복한 대부분의 사례들은 본안소송에서 피보전권리의 존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진 것이 ‘사실관계 확정·적용의 차이’에 의한 것이 아니라 ‘법적 해석·평가의 차이’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았던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대법원은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측면에서 신의칙에 기해 손해배상책임을 일부 제한한 경우, 가압류채권자가 금액 전부에 대해 손해배상을 구할 권리가 있다고 믿은 데에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부당 가압류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책임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1다13241 판결). 또한, 자기주식 의결권행사금지 등의 가처분을 신청한 채권자들이 본안소송에서 자기주식 취득의 무효를 다툴 제소권이 없다는 이유로 최종 패소했는데 이처럼 확인의 이익 또는 제소권 등에 관한 법적 해석 내지 평가상의 차이로 패소한 경우, 가처분채권자들의 고의 또는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2다29373 판결).

반대로 채권의 존부 및 범위에 대한 판단이 달라진 이유가 사실관계 확정·적용에 대한 차이에서 기인한 경우에는, 고의 또는 과실 추정의 복멸이 어려운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가령, 대법원은 사건의 사실관계 및 소송의 경과가 복잡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가압류채권자의 과실 추정이 번복되지는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1999. 9. 3. 선고 98다3757 판결).

한편, 본안소송에서 피보전채권에 관한 판단이 달라지게 된 데에는 사실관계 확정·적용의 측면과 법적 해석·평가의 측면이 혼재돼 있는 경우가 많을 텐데, 일반적으로는 법리적인 측면이 일부 포함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과실 추정이 쉽게 번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본안판결에서 피보전권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면 부당한 보전처분 채권자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것이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특별한 경우에 한해 채권자의 책임이 부정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번에는 부당한 보전처분의 채권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는 요건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다음에는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경우 그 범위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문준영 변호사] jymoon@jipy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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