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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단체에 담합 허용? ‘法 원칙’까지 훼손해,,

<뉴스포커스> 논란되는 ‘하도급 법안’ 살펴보니

‘규제=상생’ 잘못된 시각으로 정부부처·이익단체 주문따라

공청회도 없는 청탁 입법 만연 공공성 훼손·소송 남발 등 우려

20대 국회에 제출된 하도급 관련 법안들을 보면 ‘입법 포퓰리즘’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에 수긍이 간다. ‘하도급 규제=상생’이란 그릇된 시각에다, 정부 부처와 이익단체의 주문에 따라 공청회조차 거치지 않고 법안을 찍어내는 ‘청탁 입법’이 만연해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폭주하는 묻지마 입법이야말로 우리 의회민주주의가 중병에 걸렸다는 확실한 징후”라고 비판했다.

건설업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하도급 관련 주요 법안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전속고발권 ‘완전 폐지 vs 보완’

공정위만 하도급ㆍ공정거래법 위반 기업을 검찰에 고발할 수 있도록 하는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해 누구나 기업을 고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최운열 의원은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를, 박선숙 의원과 민병두 의원은 전면 폐지 대신 보완책으로 각각 사인의 행위금지 청구권 도입과 공정위 조사권 등의 지자체 확대를 추진한다.

건설업계에선 전면 폐지 시 소송 남발로 각종 사회적 비용 발생과 갈등 유발 등 부작용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덤핑 변호사나 법무법인의 무분별한 기획 소송이 남발될 것을 우려한다.

실제 경기 오산시 A아파트 입주자들은 외벽 균열을 이유로 하자소송을 내 일부 승소했지만 변호사 비용과 안전진단 비용을 뺀 실제 가구당 수령액은 20만원에 불과했다. 소송 기간 중 간단한 수리조차 어려웠고 소송 진행 중 집값이 떨어져 오히려 피해가 컸다.

무엇보다 공정거래 사건은 행위의 유형만으로 위법 여부가 결정되지 않고 관련 시장의 점유율, 경제분석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검증을 거친 후에야 위법성이 확정되는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안 입법인 사인의 금지 청구권 역시 경쟁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원사업자 대다수(98.4%)가 중소기업이라는 점에서 선량한 업체들의 피해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정위의 조사권ㆍ고발요청권ㆍ조정권을 광역지자체장으로 확대하는 법안도 지역업체 민원에 휘둘려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非수사기관에 준사법적 권한 부여

하도급 감독관 신설(김경협 의원)과 한국형 디스커버리제 도입(김철민 의원), 하도급자 일부 담합 허용(전해철 의원), 하도급 대금 직접 지급 사유 신설(김기선 의원) 등을 담은 하도급ㆍ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기존 규정과 배치되는 법안들이다.

하도급 준수 여부를 감독할 하도급감독관은 민간 거래관계에서 수사기관도 아닌 사인에게 준사법적 권한을 줘서 논란이 되고 있다. 회계자료 등 경영 기밀자료가 무방비로 노출되는 등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저해할 수 있어서다. 원ㆍ수급자의 권리보호보다 갈등과 분쟁을 유발하고, 하도급감독관 선임비용에 따른 공사비 이중부담, 공사감독자와의 업무 중복으로 인한 이중규제라는 지적이다.

한국형 디스커버리제도는 법원이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제기되면 손해의 증명 또는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자료를 원사업자에게 제출토록 명령할 수 있는 권리다. 손해의 입증책임을 소송을 제기한 하도급자가 아닌 원도급자에게 떠넘기려는 것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입증책임 전환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돼 정보의 비대칭성이 큰 의료ㆍ환경ㆍ특허 소송 등에 극히 예외적으로 활용돼야 한다”며 “최근 3년간 하도급법 위반으로 공정위 등에 신고ㆍ접수된 건수가 연간 2000여건이어서 무차별 소송으로 이어져 기업활동이 마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부당한 공동행위 금지’ 규정을 배제하는 법안은 현행 공정거래법이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담합을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것이어서 법 원칙을 근본적으로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건설업계에선 “사업자단체의 담합을 허용하면 전형적인 ‘떼법’으로 법질서 경시 풍조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도급 대금 지급기일 추가 단축

하도급 대금 지급기일을 대폭 단축하는 법안은 과도한 규제 입법이란 지적이다. 최운열 의원은 △목적물 수령 후 ‘60일→45일’ △대금 수령 후 ‘15일→7일’로 하도급 지급 기일을 각각 단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박정 의원도 목적물 수령 후 50일로 대금지급 기일을 단축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이는 발주자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아 수급사업자에 대금을 지급하기 위한 행정기간이 통상 12∼15일이 걸리는 업계 현실을 무시한 것이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건설선진국들은 원도급자가 발주자로부터 대금을 수령한 후 15∼30일 이내에 하도급대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17∼19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의원입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계류됐다.
건협 관계자는 “과도한 대금지급 기한 단축은 중소건설사의 자금운용 유동성에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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