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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역풍 거세다,,

"집값 잡기에 혈안, 삶의 질은 무시" 반발 확산

내진설계 미반영, 주차장 태부족

곳곳 물 새고 층간소음 심각한데

재건축 어려워진 단지들 '불만'

"의견 대립 속 개정 밀어붙이고 정책 일관성 없어 혼란" 비판도

문재인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의 역풍을 맞고 있다. ‘사람이 먼저다’를 내세우고도 집값 잡기에 매몰되면서 국민 ‘삶의 질’은 안중에도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성급한 안전진단 기준 개정 밀어붙이기로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에 대해서는 민간투자사업 재정 전환과 탈원전에 이은 ‘손바닥 뒤집기’식 정책의 뒤를 잇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정부의 안전진단 기준 강화는 국민 ‘삶의 질’ 논란에 불을 당겼다. 정부가 집값 잡기에만 혈안이 되다 보니 정작 국민 삶의 질은 무시하고 있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지역 A아파트 재건축 추진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우리 단지는 내진설계가 전혀 반영돼 있지 않고, 지하 주차장도 없다”면서 “지상에 댈 수 있는 차량이 2000대 정도인데, 등록 차량 수만 3000대가 넘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다 보니 포항과 같은 강진이나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차조차 진입하기 어려워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며 “안전진단 기준 강화는 안전하게 살기를 원하는 국민들의 바람을 정부가 짓밟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B아파트 재건축 추진 준비위 관계자도 “우리 아파트는 집집마다 물이 줄줄 새는데, 어디서 어떻게 새는지도 몰라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닌 데다 심각한 층간소음 문제로 하루가 멀다 하고 싸우는 이웃들이 수두룩하다”며 “정부가 주민 간 갈등과 분쟁을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외면하고 있는 꼴”이라고 토로했다.

안전진단 기준 강화는 문재인 정부를 ‘소통’이 아닌 ‘불통’ 정부로 규정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행정절차법상 행정 예고기간은 예고 내용의 성격 등을 고려해 정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20일 이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안전진단 기준 강화를 둘러싼 의견이 첨예한데도 행정 예고기간을 10일로 앞당겼고, 예고 기간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또한, 안전진단 기준 강화는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손바닥 뒤집듯 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집행방식이 재건축에서도 그대로 반복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존 안전진단 기준은 재건축 판정 과정에서 주거환경의 가중치 비중을 40%로 가장 높게 설정했다. 구조안전성(20%)보다 주거환경에 무게를 두고 재건축 여부를 결정해온 것이다.

그러나 재건축을 중심으로 집값이 뛰자 정부는 구조안전성 비중을 50%로 상향조정하는 방식으로 안전진단 기준을 뒤집었다.

민자사업의 일방적인 재정 전환, 탈원전에 이어 재건축도 집값을 잡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정반대로 정책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C아파트 재건축 추진 준비위 관계자는 “부동산정책이 ‘기-승-전-집값’에 맞춰져 있다 보니 정부가 이런저런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라며 “일관성 없이 하루가 다르게 춤을 추는 부동산정책은 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뿐”이라고 말했다.

박경남기자 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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