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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적정공사비 위한 ‘코스트엔지니어’를 육성하자.

적정공사비에 대한 논란은 건설산업의 역사와 더불어 진행된 해묵은 과제다. 적정공사비란 건설공사에 소요되는 직·간접비용 등을 공제하고 일정한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는 공사비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간 표준품셈 하에서는 공사비가 부풀려져 있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했다. 이러한 인식을 토대로 재정당국은 재정효율화를 명목으로 공사비의 거품을 빼는 방식으로 예정가격을 축소 조정해 왔다. 이 결과 표준품셈은 2017년 기준으로 2004년 대비 3.1%∼8.7% 수준으로 공사비 예산이 하락했고, 실적공사비 폐지 이후 표준시장단가제도 하에서도 2004년 대비 5.9% 하락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렇다 보니 낙찰률만으로 적정공사비를 확보하는 것이 어렵게 됐다. 최근 몇 년 사이 건설물가 및 시중노임단가가 급격히 상승했음에도 공공공사비에 이것이 적절히 반영되지 못하다 보니 유찰 등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공사비 합리화의 명목으로 표준품셈의 조정, 실적공사비 적산제도, 표준시장단가제도의 도입 등은 정부재정사업 예산의 절감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운용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예정가격 하에서 종합심사낙찰제, 적격심사제 등도 가격 중심으로 운영돼 더욱 공사비의 부족을 야기했다. 한정된 예산을 배분해 공사를 발주하다 보니 일정한 품질의 공사를 최소한의 비용으로 공급받고자 하는 것은 공공예산의 효율화라는 점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다른 국가들도 최저가를 낙찰자 선정의 기본원칙으로 설정해 온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반성은 이미 영국, 일본 등에서 오래전에 일어났다. 적정공사비 책정으로 품질향상에 초점을 둔 발주제도의 운영과 생애주기 차원에서의 재정사업 효율성 추구 등이 그것이다.

생애주기 비용의 개념으로 공사비의 책정과 품질 중심의 공사비 책정은 동일한 개념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기획, 타당성, 예정가격을 통해 적정한 공사품질의 확보는 적정한 시공품질의 보장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적정수준의 시공품질 확보는 시설물 등의 유지운영비용을 절감해 전체적으로 재정의 효율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시공과정의 공사비 절감에 치중된 현행의 각종 제도적 패키지를 품질 중심의 생애주기 비용효율화의 개념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이들 공사비 예산절감에 초점을 둔 제도적 틀을 혁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방향으로는 건설공사비 혁신을 위해 단계적으로 제도를 정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시설물의 생애주기에 걸친 비용을 축적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의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 보다 단기적으로는 불합리한 공사비 예산결정구조의 개선, 표준품셈 및 표준시장단가가 실제 현장의 비용을 반영하도록 함으로써 공사비의 현장 적합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공사 관련 현장 정보의 축적도 사업 유형과 더불어 현장 여건 등을 반영하도록 사업의 유형화를 더욱 세분화해, 현장 적용성이 있는 공사비 산정이 이뤄져야 한다. 각 발주처별 공사비 정보의 축적과 이를 종합한 통합 공사비 정보 플랫폼을 통해 현장여건을 반영한 다양한 공사비 단가 및 산정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정보 활용과 견적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코스트엔지니어의 육성으로 과학적 견적을 통한 적정공사비 산정이 될 수 있도록 하고 향후 이들이 생애주기 차원의 효율적인 공사비의 책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역할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과학적이고 신뢰성 있는 공사비 정보의 축적 및 활용과 이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코스트엔지니어의 육성은 품질과 생애주기 공사비의 효율화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추진해야 할 과제이다.

작금의 현실은 낮은 예가 수준과 건설업체 수 증가에 따른 경쟁 심화, 공사비 상승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는 사업비 산정구조로는 적정공사비 확보는 요원하다. 예가 수준의 적정화와 부실·무자격업체의 입찰 배제, 공사비 상승을 적절히 반영할 수 있는 공사비 산정체계 구축 등은 시급히 개선돼야 할 사항이다. 건설공사수행에는 물가변동, 설계변경 위험 등 여러 가지 위험을 수반한다.

이러한 위험을 적정하게 관리해 공사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위험관리능력, 사업관리능력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위험관리 및 사업관리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공사비 책정구조는 개선의 여지가 크다 할 것이다. 발주방식에 따라 위험의 수준이 다르므로 위험에 따른 수익구조도 합리적으로 설계돼야 한다. 이러한 방향으로 종합적인 제도혁신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