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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건설 7월 위기설’ 발등의 불

6·3 조기대선으로 새 정부가 출범했다. 애당초 이번 대선은 정책선거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서인지 대선 공약에는 상대적으로 큰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인수위원회 활동 없이 곧바로 새 정부가 출범했기 때문에 새 정부의 정책방향을 논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새 정부가 맞이한 대내외 정치·경제적 환경은 엄중하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이나 국방정책에 대응해야 하고, 중국·러시아 및 일본과의 관계도 재설정해야 할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0.8%로 전망한 것처럼, 저성장 늪에 빠진 경제를 회생시켜야 한다. ‘AI 대전환’과 같이 첨단기술의 사회적 확산을 통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하는 과제도 있다. 당장의 단기 현안과제로는 건설경기 활성화가 중요하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건설투자 성장률 전망치는 전년 대비 -6.1%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까지의 건설기성액(불변)은 27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7%나 줄었다. 4월 말 현재 주택 미분양은 2만6422가구에 달하고, 4월 말까지의 착공물량은 전년 대비 33.8%나 감소했다. 4월 현재 건설업 취업자 수도 전년 대비 15만명이나 줄었다.

건설업계에는 ‘4월 위기설’에 뒤이어 ‘7월 위기설’이 계속 떠돌고 있다. 지방의 미분양 증대, 인허가·착공·준공 물량의 감소, 원자재가 및 인건비 상승, 고금리 장기화, PF시장 경색, SOC투자 감소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중견건설업체 부도 건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미 올해 들어 시공능력평가순위 31~100위 업체 중 11곳에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런 상황에서 7월부터 3단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시행된다면 미분양을 심화시키면서 건설업계의 유동성 악화도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에 한계상황에 처한 건설업체들이 도미노 부도사태를 맞이할지 모른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7월 위기설’이다.

경제회복을 위해 새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당장 대규모 추경으로 내수경기 부양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얼마를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투자할지는 모르겠지만, 추경을 편성해서 실제로 집행하기까지는 2개월 이상 소요될 것이다. 또한 새 정부는 대선공약에 포함된 4기 신도시 건설, 1기 신도시 재정비 지원, 공공분양 및 임대 확대, 재건축?재개발 확대, 노후 공공청사 및 유휴 국공유지 복합개발 등을 통한 부동산 공급 확대를 추진할 것이다. 그런데 공급 확대 정책은 그 특성상 정책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건설업계의 ‘7월 위기설’이 현실화할지는 새 정부의 정책집행력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

추경을 비롯한 새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투자 확대는 일시적으로 건설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되겠지만, 인플레를 야기하고 좀비기업의 연명을 지원하게 된다는 부작용도 있다. 이같은 부작용을 해소하고자 한다면 무차별적인 현금살포가 아니라 가급적 생산적인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 사업타당성 없는 정략적인 사업에 대한 과잉투자는 건설경기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재정투자 확대와 더불어 민간투자 활성화가 더 중요하다. 건설산업에서도 공공 대 민간의 비중은 이미 3:7 수준으로 민간 비중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불확실성이 줄어들어야 한다. 새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국내의 정치적, 법적 불확실성부터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획기적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 과거의 경험을 떠올려보면, 총선이건 대선이건 선거 때마다 규제완화는 늘 단골메뉴로 등장했지만 성과는 초라했다. 획기적인 규제완화를 위해서는 획기적인 인사혁신과 접근방법의 혁신이 필요하다.

새 정부가 건설경기 활성화와 민생회복 및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도모하고자 한다면 대한전문건설협회가 대선과제로 제안한 경쟁력 회복, 공정질서 확립, 고용환경 개선, 경영환경 개선 등과 같은 구조개혁이 중요하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지난 20여년간에 걸쳐 계속 하향추세를 이어 온 끝에 올해 전망치가 0%대라는 사실은 이 문제가 일시적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새 정부는 당장은 건설업계의 ‘7월 위기설’을 잠재울 수 있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구조개혁을 통해 지속성장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

출처: 대한건설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