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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등 에너지 이슈에 밀려 시범사업 1년 가까이 표류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소규모 전력 중개사업이 시작하기도 전에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한국전력공사만 전력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전기사업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신재생 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해도 시장에서 직접 거래할 방법이 없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력거래소가 추진하는 소규모 전력 중개 시범사업이 1년 가까이 표류 중이다.

소규모 전력 중개사업은 신재생, 전기저장장치(ESS) 등을 이용해 생산한 소규모 전력자원을 모집해 전력거래소가 운영하는 전력시장에서 집합적으로 거래하는 전력신산업이다.

전력거래소는 시범사업을 통해 소규모 전력 자원 보유자, 중개사업자, 전력거래소 간 모의 전력거래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이후 이를 바탕으로 세부 제도 개선안을 보완하고 관련 시스템 개발과 수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소규모 전력 중개시장이 활성화되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를 위해 전력거래소는 지난해 10월 KT, 벽산파워, 포스코컨소시엄, 이든스토리, 한화컨소시엄, 탑솔라 6개 시범사업자를 선정하고 11월에 양해각서(MOU)도 교환했다.

그러나 11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사업은 첫발도 떼지 못했다. 사업이 진행되려면 한국전력만 전력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한 전기사업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현재 관련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앞서 올해 초에 관련 논의를 진행하려 했으나 조기 대선 정국에 따른 국회 업무 정지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최근에는 탈 원전ㆍ석탄 정책으로 주요 에너지 이슈에서 밀려난 상황이다.

앞으로 사업은 추진되기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 이훈 의원(더불어 민주당)이 전력 소매판매사업자를 한전으로 한정해 민간사업자의 진입을 막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전력산업이 민간에 개방되면 전기요금 인상 등의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라고 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과 관련 업계는 “기존 전력시장 구조에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자리 잡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국회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라고 요구하고 있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시범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은 1년이 가깝도록 정부만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정부가 탈 원전ㆍ석탄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이를 대비할 신규 비즈니스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부미기자 boo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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