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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 대형 재건축 단지들이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재건축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중견사들은 속이 바짝 탄다. 메이저 건설사가 정비사업 시장을 주도하는 것이야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행태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재건축 수주전이 열리면 조합원들이 가장 먼저 따지는 것은 브랜드다. 중견 건설사들은 공사비를 비롯해 이주 촉진비, 특화설계 등을 내세우며 조합원에게 소중한 한 표를 부탁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브랜드 가치가 높은 건설사에 표를 던진다. 설령 분담금을 더 내야 하더라도 향후 집값 상승을 고려하면 메이저 건설사가 낫다는 것이다.

분양성이 높은 강남 지역에서는 아예 프리미엄 브랜드만 요구한다.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푸르지오 등 기존 브랜드는 성에 차지 않는다.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대림산업의 아크로, 대우건설의 써밋 등은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고안된 브랜드다. 여기에 롯데건설 역시 조만간 최고급 브랜드를 출시하기로 결정하며, 대형 건설사들의 고급화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중견사들은 지방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정부의 대규모 택지개발 사업이 끊기자, 중견사들은 틈새시장으로 여겨졌던 지방 소규모 정비사업 시장에 몰려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인천과 부산, 광주에서는 각각 한 사업지를 두고 4파전이 벌어지는 진귀한 현상이 벌어졌다. 이 중 두 곳은 중견사들만 응찰해 수주전이 격화됐던 사업지다. 수주전이 치열해질수록 건설사들의 부담은 늘어난다. 공사비를 깎아야 하는 것은 물론, OS 요원들을 동원해 홍보전에 나서야 한다. 전부 다 비용이다.

인력난에도 시달린다. 대형사는 수주와 관리 파트를 나눠 각 분야에 집중할 수 있지만, 중견사에서는 수주와 관리를 동시에 맡는 경우가 허다하다. 좀 쓸만하다 싶은 핵심 인력은 대형사에서 스카우트해, 정비업체 출신을 데려다 쓰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실이다 보니, 규모의 경제에서 앞서는 대형사와 출혈경쟁을 벌여야 하는 중견사 간의 격차는 줄어들 여지가 없다.

또한 문재인 정부가 도시재생 뉴딜 정책을 편다고 하지만, 도시재생 사업의 수혜를 입을 수 있는 건설사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래저래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은 게 중견사의 현실이다.

김희용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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