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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외국인 장악한 건설현장…품질·안전 '휘청'

안전한 건설! 안전한 대한민국!-불법 외국인에 의존하는 건설

건설 품질이 흔들리고 있다. 고숙련 기능인 부족과 낮은 공사비 책정이 근본 원인이지만, 늘어나는 외국인력도 한 몫 하고 있다.

국내 건설산업의 높은 외국인력 의존도는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문제는 외국인력 의존도가 커지면서 이들이 건설 품질을 좌우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업들도 늘어나는 하자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내국인 고숙련 기능인을 동원해 외국인력의 감독을 맡기는 등 다양한 해법을 찾느라 고심 중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국내 건설 외국인 근로자를 약 17만7000명으로 추산한다. 전체 건설 근로자의 10% 수준이다. 하지만 건설업계의 체감도는 30% 이상이다.

실제 합법 외국인력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불법 취업이다. 업계에선 불법 건설외국인 규모는 15만∼30만명으로 추산한다.

이들은 국내 인력이 외면하는 힘들고 임금이 낮은 현장을 주로 찾는다. 목공, 철근공, 콘크리트공 등에선 외국인 비중이 20∼30%에 달할 정도다. 순수 내국인력만으론 해마다 8만∼11만명의 공급부족이 발생하고 있다. 외국인력 없인 건설현장 운용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문제는 외국 인력의 질이다.

현행 외국인 고용법규는 내국인 일자리 보호를 위해 외국인들의 건설업 고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건설업체가 외국인을 쓰려면 고용허가제(E-9ㆍ비전문취업비자)와 건설업 취업등록제(H-2ㆍ방문취업비자)를 통해야 한다. 각각 1만명, 5만5000명 수준이다. 이들은 단순 노무만 할 수 있다. H-2 비자 만기 전에 전문분야의 국가 자격증을 따면 나오는 재외동포비자(F-4)를 잘만 활용하면 내국인처럼 숙련공 코스를 밟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선 F-4와 관광비자(C-3)는 대부분 불법 취업 외국인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인력 공급업자인 이른바 ‘오야지’를 통해 건설현장으로 흘러 들어간다. 건설현장은 떠도는 불법 취업 외국인들에게 품질 향상을 기대하긴 힘들다.

합법ㆍ불법을 구분하기 힘든 외국인력들로 인해 건설현장은 늘 팽팽한 긴장감이 돈다. 출입국관리소와 노동청 합동 단속반들이 언제 들이닥칠지 몰라서다. 수십여개 전문업체들이 일하는 건설현장의 특성상 1곳만 단속해도 불법 취업 외국인들이 줄줄이 걸려든다. 단속에 걸린 업체는 한 번 적발되더라도 2년간 외국인 고용이 금지된다. 불법 취업 외국인 1인당 500만원의 과태료도 내야 한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토목분야 전문건설업체 100여곳 중 30여개사가 외국인 고용제한에 걸려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236건의 외국인 고용제한 처분을 내렸다. 전년보다 3.2배 증가한 것이다. 외국인력과 같은 현장에서 일하는 내국인들이 고발하는 이른바 ‘노-노 갈등’의 결과다.

합법 외국인을 써도 고민이 많다. 전체적으로 국내 외국인력의 생산성 저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800여명의 합법 외국인력을 고용 중인 충남의 한 전문건설업체 대표는 “외국인력 인건비가 연간 180억원 정도인데, 숙련도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인건비를 쓰고도 과거보다 10% 이상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과거 수준의 품질을 내려면 인건비를 10% 더 써야 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생산성을 높여 품질을 개선하고 안전사고를 줄이려면 외국인력의 현지 채용시 한국어 능력보다는 건설 실무능력 위주로 선별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불법 외국인 근로자가 수년간 다수 존재하는 노동시장의 현실을 반영해 불법 근로자 중 일부를 제도권으로 편입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불법의 영역에선 기술과 경험, 노하우 축적이 어렵기 때문이다.

나경연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3D 공종’과 산간오지 토목ㆍSOC 현장처럼 국내 인력이 외면하는 건설현장은 물론이고 도심지 건축현장까지 외국인력을 폭넓게 쓰고 있다”며 “불법 취업 비중이 높은 F-4의 일부를 H-2나 E-9으로 편입시켜 양성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심규범 건설근로자공제회 전문위원은 “불법 외국인력은 강력히 단속하고, 합법 외국인력은 국내인력과 똑같이 대우해줘야 한다”며 “근본적으로 청년층 진입을 촉진하고 내국인 고용을 유도하기 위한 적정임금 보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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