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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건설 적폐, 민간공사 甲질…이대론 안된다,,,

조물주 위 ‘건축주’… 시공사는 ‘乙’ 부실시공 부르는 무리한 요구 판쳐

#중견건설업체 A사 대표는 요즘 지방의 오피스빌딩 신축공사 현장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6개월 동안 5명의 현장소장이 사표를 냈다. 건축주 친척인 공사 감독관의 무리한 요구와 잦은 폭언을 못 견뎌서다. 건축 비전문가인 공사 감독관은 최근 A사에 “현장소장 교체가 잦다”며 “공사기한을 못 맞추면 고율의 지체상금을 물리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공공투자 감소로 민간 건설시장의 비중이 커지면서 민간 발주자와 건설사 간 분쟁도 잦아지고 있다.

공정계약을 위한 ‘민간건설 표준도급계약서’와 자율 조정기구인 건설분쟁조정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건설사들은 민간 발주자의 ‘갑(甲)질’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민간 건축주들의 갑질은 시설물의 품질과 안전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우뚱 오피스텔’로 유명한 부산 사하구의 민간 오피스텔은 연약지반 보강작업이 필요하다는 구조기술사의 과업지시를 무시했다가 건물이 1ｍ 이상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불안에 떨던 오피스텔 주민들은 결국 계약을 해지하고 모두 이사했다.

건축ㆍ시설물은 발주자에 따라 공공, 민간공사로 나뉜다. 공공공사에서는 법으로 발주자와 수급인, 수급인과 하수급인 등의 계약관계를 촘촘히 규정한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발주자의 권한 남용을 막고 대등한 위치에서 도급계약을 맺어 불공정행위를 막으려는 법적 장치다.

반면 민간공사에서는 사적 영역이라는 이유로 계약을 민간 자율에 맡긴다. 정부가 마련한 민간건설 표준도급계약서(표준계약서)는 현장 채택률은 높지만 모호하고 불합리한 규정 탓에 실효성이 낮아 ‘을(乙)’ 지위에 있는 건설사를 보호하지 못한다. 후속 계약을 따내야 하는 건설사들도 민간 발주자의 부당행위에 눈을 감는다.

그 틈을 비집고 발주자의 불공정행위가 판을 친다. 건설사들은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계약 금액 불인정 △하자 판정, 보수비용 산정 피해 △사용승인 후 준공검사 거부 △경미한 하자를 이유로 부당한 지체상금 지급 강요 등 다양한 갑질에 시달린다.

전문가들은 표준계약서 개선과 함께 건축주의 전문성 강화를 주문한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설 이용자들은 공공과 민간을 따지지 않는데, 정작 생산과정은 영 딴판이다”며 “건설 적폐인 민간공사의 갑질을 줄이려면 민간건설 표준계약서를 현실에 맞게 고치고 법적 지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내집짓기 오픈마켓’인 친친디의 서동원 대표는 “운전하려면 면허증이 필요하듯이 민간 건설공사도 건축주가 일정 수준의 자격을 갖춰야 한다”며 “건축물의 품질과 안전은 철저히 발주자 역량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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