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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ㆍ美 토목학계 “SOC 투자가 국가경제 근간 좌우”

한국과 미국의 토목학계가 계획적이고 꾸준한 SOC 투자만이 국가 경제의 근간을 튼튼하게 할 수 있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미국이 소극적인 SOC 투자로 ‘D등급’의 인프라 수준을 보유하고 있으며 사회경제적 비용 지출과 일자리 창출에 막대한 부담을 겪게 됐다는 진단도 함께 제시됐다.

한국시설안전공단(이사장 강영종)은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국제 컨퍼런스, ‘더 뷰(The VIEW)-인프라스트럭처 퍼포먼스(Infrastructure Performance) 2017’을 개최했다.

‘성능기반 안전ㆍ유지관리와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각국의 학계와 업계 관계자들 30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미국에서 크리스티나 스왈로 미국토목학회(ASCE) 회장이 임기 첫 해외 공식 일정으로 참석했다. 일본과 캐나다, 뉴질랜드 등 해외 전문가들도 각국의 시설물 안전 및 유지 관리에 대한 사례를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크리스티나 회장은 미국의 ‘2017 사회기반시설 보고서’를 발표하며 “미국의 경우 최근까지 소극적인 SOC 투자로 인해 향후 10년간 투자 격차는 2조달러에 달하게 됐다”며 “미국 경제의 미래를 위한 인프라 투자 격차 해소에는 3조9000억달러의 경제적 비용, 7조달러의 비즈니스 비용, 일자리 250만개에 대한 비용이 필요한 지경이다. 가구당 연 3400달러의 비용이 인프라 투자 격차 해소에 소요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시설별(16개) 인프라 구축 정도를 A∼F로 나눠 평가했다. A가 가장 높은 등급, F가 가장 낮은 등급을 나타낸다. 미국토목학회가 평가한 인프라 시설 중 최고 등급을 받은 시설은 ‘철도’로 B등급을 기록했다. 반면 ‘대중교통’ 시설은 가장 낮은 D- 등급을 받았다. 미국의 전체 인프라 시설 구축 정도는 D+ 등급으로 평가됐다.

크리스티나 회장은 “SOC 투자 프로젝트는 지속 가능하고 탄력적으로 구축돼야 한다”며 “투자는 공익과 국가 경제에 실질적, 장기적인 이익을 제공하도록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토목학회 박영석 회장의 ‘SOC 예산과 노후된 국토인프라에 대한 대책’ 기조연설도 궤를 같이 했다. 박영석 회장은 “정부는 ‘국토 면적당 SOC 규모’가 선진국에 도달했다는 이유로 관련 예산을 축소하려 한다”면서 “그러나 인구와 인구밀도 기준 SOC 규모는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기준은 배제한 채 국토 면적으로 계산한 단순 통계를 SOC 예산 감축의 근거로 삼았다는 주장이다.

대한토목학회는 국가재정 운용계획을 인용해 2016년 보건ㆍ복지ㆍ고용 예산은 전체 예산의 31.7%에서 2020년 33.3%로 늘어나는 반면, SOC 예산 비율은 같은 기간 6.1%에서 4.2%로 떨어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GDP 대비 SOC 최소 투자 규모는 2.5%이지만, 2020년 이 비율은 2.0%로 0.5%포인트나 뒤떨어진다. 이에 OECD는 지난해 한국에 ‘확장적 재정정책’을 권고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SOC 투자 계획이 축소되고 민간투자 사업까지 규제되면 건설산업의 고사는 물론, 국가 경제의 위기까지 초래될 수 있다”며 “공공성을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민간자본 활용 모델의 적극적 수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토목학회는 정부 차원의 노후 인프라 유지ㆍ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아직 시설물 노후도가 심각하지 않은 국내 현실에 알맞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우선 ‘노후인프라관리 기본법’을 제정, 실태조사 및 예산 확보를 위한 법적인 뒷받침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노후인프라 유지ㆍ관리를 위한 전담기관의 신설도 고려할 것을 주문했다.

현재 건설업계 현실에 맞도록 관련 법률이 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영석 회장은 “업계 관계자의 절반 이상이 건설산업의 부패 요인을 ‘제도적 문제점’에서 꼽은 만큼, 규제나 처벌 위주의 건설 관련 법률이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며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 등 칸막이식 업역 규제를 철폐하고 시장 친화적이고 융통성 있는 ‘건설산업통합법’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성중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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