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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하도대지급보증’

[대한건설신문 유경열 기자] 건설현장에서 하도급업체들이 원도급업체들로부터 하도급대금지급 보증서를 받지 못해 엄청난 불안감속에서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건설공사 하도급계약 100건 중 하도급대금지급보증서 발급은 고작 23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도급대금지급보증은 건설공사 하도급계약에서 원도급업체가 하도급대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해 보증기관이 하도급대금의 지급을 보증하는 제도다. 원도급업체가 하도급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하도급업체뿐만 아니라 근로자임금·장비·자재대금 등이 연쇄적으로 체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하도급대금 미지급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는 중요한 제도적 안전장치다.

최근 건설정책연구원이 하도급대금지급보증 면제사유 축소 등의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통해 하도급대금지급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건설공사 하도급공사 중에서 하도급대금지급 보증서가 발급된 경우는 23.1%(11만4,041건 중 2만6,382건)로 100건 중 23건에 불과할 정도로 지급보증 비율이 저조하다고 밝혔다.

공공부문은 하도급계약 4만1,354건 중 지급보증서가 발급된 경우가 1만489건으로 25.4%, 민간부분은 7만2,687건 중에서 지급보증서가 발급된 경우가 1만5,892건으로 21.9%로 나타났다. 그나마 공공부문의 지급보증 비율이 민간부문보다는 다소 높으나 25%에 그치고 있다.

하도급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7.0%가 원도급업체가 지급보증을 거부, 26.1%가 원도급업체와 지급보증을 하지 않기로 합의해 지급보증을 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원·하도급사간에 지급보증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해도 이 것은 분명한 위법이다.

하도급대금지급 보증서 발급비율이 낮은 이유는 지급보증을 거부하는 등 원도급업체의 불공정거래행위와 하도급대금지급보증 면제사유가 많다는 점이다. 신용평가등급이 높으면 하도급대금지급보증이 면제된다. 이 비율만 해도 16%로 추정된다. 앞으로 하도급대금지급관리시스템 활용이 확대될 경우 하도급대금지급 보증이 면제되는 비율도 더 높아진다. 하도급대금지급보증 제도가 유명무실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건설현장에서 하도급업체들이 원도급업체에게 하도급지급보증을 해달라고 조르는 것은 자칫 건설시장에서 ‘날개 없는 추락’을 의미하기에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원도급업체가 하도급대금지급보증을 하지 않더라도 하도급업체의 대금직불요청이 있으면 하도급대금 직불이 가능한데, 하도급업체가 직불을 요청한다는 것은 먼 나라 얘기다. 타 산업도 그렇겠지만 특히 건설업계에서 ‘갑(甲)과 을(乙)’관계는 한마디로 두려운 존재다.

하도급대금지급보증 면제기준 중 신용평가등급과 하도급대금지급관리시스템 활용을 면제기준에서 제외하는 방안, 생각해 볼만하다. 신용등급이 높다고 또 상생결제시스템을 활용한다고 해서 원도급업체가 하도급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지급 보증서를 발급해 하도급대금으로부터 해방을 시켜주자는 말이다. 결론은 제·규정과 끊임없는 관리감독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하도급대금지급보증서’ 발급, 건설시장에 맡겨서는 안 된다.